관계와 연애
관계의 거리를 그림으로 보기: 두 원이 겹치는 정도
2026-10-06 업데이트 · 나답게 편집팀
“우리 사이, 요즘 어때?” 이 질문에 말로 답하기는 의외로 어려워요. ‘좋아’, ‘그냥 그래’ 같은 말로는 미묘한 변화가 잘 담기지 않거든요.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아주 단순한 그림 하나를 만들었어요. 두 개의 원이 얼마나 겹치는지 고르는 그림이에요.
두 원 척도는 어떻게 생겼나
아서 에런과 일레인 에런, 대니 스몰런은 ‘나’와 ‘상대’를 뜻하는 두 원을 일곱 단계로 그렸어요(Aron, Aron, & Smollan, 1992). 1단계는 두 원이 완전히 떨어져 있고, 단계가 올라갈수록 조금씩 겹치다가, 7단계에서는 거의 하나로 포개져요. 응답자는 “지금 나와 이 사람의 관계를 가장 잘 나타내는 그림”을 하나 고르기만 하면 돼요.
이 척도의 정식 이름은 **‘자기 안에 타인 포함하기(IOS) 척도’**예요. 이름이 조금 어렵지만 뜻은 단순해요. 가까운 관계일수록 상대의 관점, 경험, 특징이 마치 내 일부처럼 느껴진다는 거예요.
그림 하나로 정말 잴 수 있을까
그림 하나짜리 척도인데도 연구 결과는 꽤 탄탄해요.
- 에런 등의 원래 연구에서 이 척도는 긴 설문으로 잰 가까움과 잘 맞았고, 연인 관계가 몇 달 뒤에도 이어지고 있는지와도 관련이 있었어요(Aron 외, 1992).
- 그 전 연구에서는 가까운 사람의 특징을 자기 특징과 헷갈리는 현상처럼, 가까운 사람이 실제로 ‘나’의 일부처럼 처리된다는 증거도 보고됐어요(Aron 외, 1991).
- 이후 경제학자들이 여러 관계 측정법과 꼼꼼히 비교한 연구에서도, 이 그림 척도는 더 긴 가까움 측정과 잘 맞아 간편하면서도 믿을 만한 도구로 평가됐어요(Gächter 외, 2015).
이 척도의 장점은 빠르고 직관적이라는 점이에요. 몇 초면 답할 수 있어서 같은 관계를 여러 번 반복해 재기에 좋아요. 그래서 사회심리학뿐 아니라 경제학 같은 다른 분야의 연구에서도 널리 쓰여요.
왜 말보다 그림이 쉬울까
가까움을 말로 표현하려면 여러 생각을 거쳐야 해요. ‘얼마나 자주 연락하지?’, ‘속 얘기를 하나?’, ‘서운한 일은 없나?’ 같은 질문을 하나하나 따지다 보면 오히려 마음이 흐려지기도 해요. 그림은 이런 판단을 한눈에 모아 직관적으로 고르게 해 줘요. 아이부터 어른까지 설명 없이도 이해하기 쉽고, 언어가 달라도 같은 그림을 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에요. 대신 한 문항이라 그날의 기분에 따라 한두 단계 오르내릴 수 있으니, 한 번의 값보다 여러 번의 흐름을 보는 게 좋아요.
겹침이 클수록 좋은 걸까
꼭 그렇지는 않아요. 관계마다 알맞은 거리가 달라요.
| 관계 | 흔히 편안한 겹침 | 생각해 볼 점 |
|---|---|---|
| 연인, 배우자 | 많이 겹침 | 너무 겹쳐 나만의 시간이 사라지면 답답할 수 있어요 |
| 가까운 친구 | 중간 이상 | 자주 못 만나도 겹침이 유지되는 관계가 있어요 |
| 직장 동료 | 조금 겹침 | 너무 멀면 협업이 힘들고, 너무 가까우면 경계가 흐려져요 |
| 부모, 형제 | 사람마다 다양 | 독립 시기에는 겹침이 줄어드는 게 자연스러워요 |
중요한 건 숫자 자체보다 내가 원하는 거리와 지금 거리의 차이예요. 지금 3단계인데 5단계를 원한다면 가까워질 방법을, 6단계인데 4단계가 편하다면 나만의 공간을 만들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거리의 변화가 말해 주는 것
한 번 잰 값보다 시간에 따른 변화가 더 많은 걸 알려 줘요.
- 서서히 줄어든다: 바쁜 시기라 함께하는 시간이 줄었을 수 있어요. 갈등이 있다기보다 ‘연결 시간’이 부족하다는 신호인 경우가 많아요.
- 갑자기 줄었다: 최근 서운한 일이나 오해가 있었는지 돌아볼 때예요.
- 늘었다가 줄기를 반복한다: 다툼과 화해가 반복되는 패턴일 수 있어요. 무엇이 계기가 되는지 적어 보면 도움이 돼요.
- 함께 새로운 일을 한 뒤 늘었다: 커플이 새롭고 흥미로운 활동을 함께 했을 때 관계의 질을 더 좋게 느꼈다는 실험 결과가 있어요(Aron 외, 2000). 익숙한 일상에 작은 새로움을 더하는 것이 가까움을 되살리는 방법이 될 수 있어요.
다만 이 그림은 내가 느끼는 거리일 뿐, 상대도 같은 그림을 고를지는 알 수 없어요. 같은 관계를 두고 한 사람은 5단계, 다른 사람은 3단계를 고르는 일도 흔해요. 이 차이는 누가 틀렸다는 뜻이 아니라, 두 사람이 가까움을 느끼는 기준이 다르다는 뜻일 수 있어요. 어떤 사람은 자주 대화할 때, 어떤 사람은 함께 무언가를 할 때 가깝다고 느끼거든요. 그래서 혼자 결론 내리기보다 대화의 계기로 쓰는 게 좋아요.
이렇게 써 보세요: 매주 하는 관계 체크인
- 점검하고 싶은 관계를 서너 개 정해요. 연인, 가장 친한 친구, 가족 한 명, 가까운 동료처럼요.
- 매주 같은 요일에 각 관계마다 ‘지금 거리’와 ‘원하는 거리’를 1~7로 골라요.
- 두 숫자의 차이가 2 이상인 관계가 있다면, 이번 주에 할 수 있는 작은 행동 하나를 정해요. 가까워지고 싶다면 안부 메시지, 거리가 필요하다면 혼자만의 저녁 시간처럼요.
- 한 달에 한 번 흐름을 돌아보고, 원한다면 상대와 함께 각자 그림을 골라 비교해 보세요. “나는 요즘 우리가 4단계쯤 같아, 너는?”이라는 질문이 좋은 대화를 열어 줄 수 있어요.
요즘 마음 체크인에서 관계 거리 그림을 매주 기록하고, 관계에서의 나의 경향은 관계 애착 검사로 살펴보세요.
참고한 자료
- Aron, A., Aron, E. N., & Smollan, D. (1992). Inclusion of Other in the Self Scale and the structure of interpersonal closenes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3(4), 596-612. doi.org/10.1037/0022-3514.63.4.596
- Aron, A., Aron, E. N., Tudor, M., & Nelson, G. (1991). Close relationships as including other in the self.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0(2), 241-253. doi.org/10.1037/0022-3514.60.2.241
- Aron, A., Norman, C. C., Aron, E. N., McKenna, C., & Heyman, R. E. (2000). Couples' shared participation in novel and arousing activities and experienced relationship qualit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8(2), 273-284.
- Gächter, S., Starmer, C., & Tufano, F. (2015). Measuring the closeness of relationships: A comprehensive evaluation of the 'Inclusion of the Other in the Self' scale. PLOS ONE, 10(6), e0129478. doi.org/10.1371/journal.pone.0129478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며 의학적·심리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