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와 연애
성인 애착: 가까워질수록 불안해지거나 멀어지고 싶은 이유
2026-10-06 업데이트 · 나답게 편집팀
연락이 조금만 늦어도 마음이 불안해지는 사람이 있고, 상대가 가까이 다가오면 오히려 숨이 막히는 사람이 있어요. 성격이 이상해서가 아니라, 가까운 관계에서 작동하는 ‘애착’의 패턴이 서로 다르기 때문일 수 있어요. 나답게의 관계 검사는 성인 애착을 재는 대표적인 설문인 ECR-R을 바탕으로 이 패턴을 살펴봐요.
애착 이론은 어디서 왔을까
영국의 정신의학자 존 볼비는 아기가 위험을 느낄 때 돌봐 주는 사람에게 다가가 안정을 찾으려는 타고난 경향이 있다고 봤어요(Bowlby, 1969). 돌봄이 일관되면 아이는 “힘들 때 누군가 나를 도와줄 거야”라는 믿음을 갖게 되고, 이 믿음이 이후 관계를 대하는 마음의 틀이 된다는 생각이에요. 메리 에인스워스는 실험 관찰로 아이들의 애착 패턴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 줬어요(Ainsworth 외, 1978).
1987년 헤이전과 셰이버는 이 이론을 어른의 연애에 적용했어요. 연인 사이에도 아이와 양육자 사이와 비슷한 패턴이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 주면서 성인 애착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어요(Hazan & Shaver, 1987).
두 개의 축: 불안과 회피
이후 수많은 설문을 함께 분석해 보니, 성인 애착은 크게 두 개의 연속적인 축으로 정리됐어요(Brennan 외, 1998).
- 애착 불안: “상대가 나를 떠나면 어쩌지?” 하는 걱정, 사랑받고 있는지 계속 확인하고 싶은 마음
- 애착 회피: 너무 가까워지거나 기대는 것이 불편하고, 혼자 해결하고 싶은 마음
ECR-R은 이 두 축을 정밀하게 재기 위해 문항을 다듬은 설문이에요(Fraley 외, 2000). 두 축은 서로 독립적이라서, 둘 다 높을 수도, 둘 다 낮을 수도 있어요.
네 가지 애착 유형
두 축을 교차하면 네 가지 영역이 생겨요(Bartholomew & Horowitz, 1991).
| 회피 낮음 | 회피 높음 | |
|---|---|---|
| 불안 낮음 | 안정형: 가까움도 혼자 있음도 편안함 | 거부 회피형: 독립을 중시하고 기대지 않으려 함 |
| 불안 높음 | 몰입형: 가까움을 원하지만 버림받을까 걱정함 | 두려움 회피형: 가까움을 원하면서도 상처가 두려워 거리를 둠 |
다만 유형은 이해를 돕기 위한 이름일 뿐이에요. 실제 사람들은 두 축 위의 어느 지점에 흩어져 있고, 경계 근처에 있는 사람도 많아요. 그래서 나답게는 유형 이름보다 두 축의 점수를 먼저 보여 줘요.
애착은 바뀔 수 있을까
애착은 어린 시절의 영향을 받지만 운명은 아니에요. 아기 때부터 성인기까지의 연구를 모아 분석한 결과, 애착의 안정성은 중간 정도였어요. 꽤 이어지지만 상당한 변화도 일어난다는 뜻이에요(Fraley, 2002).
어린 시절이 힘들었다고 기억하면서도 성인이 되어 안정적인 관계 방식을 갖게 된 경우를 **‘획득된 안정(earned security)‘**이라고 불러요. 이 개념은 아직 연구자들 사이에 논쟁이 있어요. 어린 시절부터 추적한 연구에서는, 지금의 우울한 기분이 과거를 실제보다 어둡게 기억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거든요(Roisman 외, 2002). 그래도 큰 방향은 분명해요. 애착 연구를 정리한 학자들은 믿을 만한 연인이나 친구, 상담자와의 경험이 쌓이면 불안과 회피가 조금씩 줄어들 수 있다고 봐요(Mikulincer & Shaver, 2007).
관계마다 조금씩 달라요
애착은 한 사람 안에서도 상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요. 부모님 앞에서는 회피적이지만 오랜 친구에게는 편안하게 기대는 사람도 있지요. 그래서 검사 결과는 ‘나라는 사람 전체’보다는 주로 가까운 연인 관계를 떠올렸을 때의 경향으로 읽는 것이 정확해요.
안정형도 다투어요
안정형이라고 갈등이 없는 건 아니에요. 차이는 다툰 뒤의 모습에 있어요. 서운함을 말로 표현하고, 상대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다시 가까워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에요. 그러니 목표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흔들려도 돌아오는 힘을 기르는 것이에요.
불안과 회피가 만나면: 쫓고 도망가는 춤
불안이 높은 사람과 회피가 높은 사람은 서로 끌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관찰이 있어요(Kirkpatrick & Davis, 1994). 이 조합에서는 흔히 이런 순환이 생겨요.
- 불안한 쪽이 연락과 확인을 더 원해요.
- 회피하는 쪽은 압박을 느끼고 한발 물러나요.
- 물러나는 모습에 불안한 쪽은 더 불안해져 더 다가가요.
- 회피하는 쪽은 더 멀어지고 싶어져요.
누구 한 사람이 나쁜 게 아니라 두 사람의 반응이 서로를 키우는 고리예요. 이 고리를 알아차리고 이름 붙이는 것만으로도 다툼의 온도가 내려가는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써 보세요
- 내 불안 점수와 회피 점수 중 어느 쪽이 더 높은지 확인해요.
- 최근 관계에서 마음이 크게 흔들렸던 순간 하나를 떠올리고, 그때 내가 ‘다가갔는지’ ‘물러났는지’ 적어 봐요.
- 불안이 높다면 확인하고 싶을 때 바로 연락하기 전에 10분 기다리며 내 감정에 이름을 붙여 보세요. 회피가 높다면 혼자 있고 싶을 때 “잠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저녁에 얘기하자”처럼 돌아올 시간을 함께 말해 보세요.
- 이 결과는 진단이 아니에요. 관계에서 반복되는 고통이 크다면 상담 전문가와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참고한 자료
- Bowlby, J. (1969). Attachment and loss: Vol. 1. Attachment. Basic Books.
- Ainsworth, M. D. S., Blehar, M. C., Waters, E., & Wall, S. (1978). Patterns of attachment: A psychological study of the strange situation. Lawrence Erlbaum.
- Hazan, C., & Shaver, P. (1987). Romantic love conceptualized as an attachment proces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52(3), 511-524. doi.org/10.1037/0022-3514.52.3.511
- Bartholomew, K., & Horowitz, L. M. (1991). Attachment styles among young adults: A test of a four-category model.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1(2), 226-244. doi.org/10.1037/0022-3514.61.2.226
- Brennan, K. A., Clark, C. L., & Shaver, P. R. (1998). Self-report measurement of adult attachment: An integrative overview. In J. A. Simpson & W. S. Rholes (Eds.), Attachment theory and close relationships (pp. 46-76). Guilford Press.
- Fraley, R. C., Waller, N. G., & Brennan, K. A. (2000). An item response theory analysis of self-report measures of adult attachment.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8(2), 350-365. doi.org/10.1037/0022-3514.78.2.350
- Fraley, R. C. (2002). Attachment stability from infancy to adulthood: Meta-analysis and dynamic modeling of developmental mechanism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6(2), 123-151. doi.org/10.1207/S15327957PSPR0602_03
- Roisman, G. I., Padrón, E., Sroufe, L. A., & Egeland, B. (2002). Earned-secure attachment status in retrospect and prospect. Child Development, 73(4), 1204-1219.
- Kirkpatrick, L. A., & Davis, K. E. (1994). Attachment style, gender, and relationship stability: A longitudinal analysi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6(3), 502-512. doi.org/10.1037/0022-3514.66.3.502
- Mikulincer, M., & Shaver, P. R. (2007). Attachment in adulthood: Structure, dynamics, and change. Guilford Press.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며 의학적·심리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