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해결 · 관계
공감을 못 해요·자기만 알아요
2026-10-06 업데이트 · 딸 육아 노트 편집팀
이런 모습이 보이나요
- 친구가 넘어져 우는데 쳐다만 보고 자기 놀이를 계속해요.
- 장난감을 절대 안 빌려주고, 빌려준 건 바로 뺏어 와요.
- 동생이 아파도 “내 간식은?”부터 물어요.
- 엄마가 힘들다고 말해도 자기 요구만 반복해요.
- 친구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고도 “장난이었는데?” 하고 넘어가요.
이런 모습을 보면 “우리 아이가 이기적인 건 아닐까”, “커서 남을 배려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어요. 하지만 공감은 처음부터 다 갖추고 태어나는 능력이 아니에요. 다른 사람에게도 나와 다른 마음이 있다는 걸 알고, 그 마음을 느끼고, 행동으로 돕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 천천히 자라요.
왜 그럴까요
1. 남의 마음을 “아는” 힘이 아직 자라는 중이에요.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른 생각과 마음을 가진다는 걸 이해하는 능력을 마음 이론(theory of mind)이라고 해요. 웰먼 등(Wellman 등, 2001)이 여러 나라 연구를 모아 분석한 결과, 아이들은 대체로 만 4~5세가 되어야 “다른 사람은 내가 아는 걸 모를 수 있다”를 이해했어요. 그 전의 아이에게 “친구 입장이 돼 봐”는 아직 어려운 주문이에요.
2. 공감의 싹은 일찍 있지만 행동은 늦게 나와요. 잔워슬러 등(Zahn-Waxler 등, 1992)은 두 돌 무렵 아이들이 다른 사람이 아파하면 쳐다보고, 다가가고, 토닥이는 모습을 보인다고 관찰했어요. 다만 이 시기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걸 건네는 식으로 도와요. 우는 엄마에게 자기 곰 인형을 주는 것처럼요. 공감이 없는 게 아니라 표현이 서툰 거예요.
3. 자기 감정이 먼저 꽉 차 있어요. 배고프거나 속상하거나 피곤한 아이는 남의 감정이 들어올 자리가 없어요. 내 마음을 먼저 이해받은 경험이 있어야 남의 마음을 볼 여유가 생겨요.
4. “내 것”을 지키는 건 자연스러운 단계예요. 만 2~3세에게 소유는 “나”를 확인하는 방법이에요. 나누기는 가르치고 연습해야 느는 기술이에요.
5. 감정 단어를 아직 몰라요. “속상하다”, “서운하다”, “부끄럽다” 같은 말을 모르면 남의 감정도 알아보기 어려워요. 존 가트맨(Gottman, 1997)은 부모가 아이 감정에 이름을 붙여 주는 감정 코칭을 받은 아이들이 감정 조절과 친구 관계가 더 좋았다고 보고했어요.
딸이라면
여자아이는 평균적으로 감정 표현과 공감 표현이 이른 편이에요(Eisenberg & Lennon, 1983). 그래서 공감이 부족해 보이면 더 크게 걱정되기도 하지만, 아이마다 속도는 달라요.
- “착해야 해”보다 “네 마음도 중요해”. 남의 기분만 맞추는 데 익숙해지면 자기 마음을 누르게 될 수 있어요. 공감과 자기 마음 지키기를 함께 가르쳐요.
- 관계 속 갈등을 말로 정리해 주세요. “친구가 다른 아이랑만 놀아서 서운했구나. 그래서 너도 친구한테 안 놀아 준다고 했어?”처럼 서로의 마음을 이어 주면 관계를 보는 눈이 자라요.
- 관계로 주는 상처도 살펴보세요. 카드 등(Card 등, 2008)의 메타분석에서 여자아이는 때리는 공격이 평균적으로 적은 편이었고, “너랑 안 놀아”처럼 관계를 이용하는 공격은 남녀가 비슷하게 썼어요. 그래서 딸에게서는 이런 방식이 상대적으로 더 눈에 띌 수 있어요. 그 말이 상대에게 어떤 아픔인지, 소문이나 무시가 몸을 다치게 하는 것만큼 아프다는 걸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요.
이렇게 말해 보세요
마틴 호프만(Hoffman, 2000)은 잘못을 꾸짖기보다 “네 행동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 알려 주는 방식(유도적 훈육)이 공감과 도덕성을 가장 잘 키운다고 설명해요. 아이 마음을 먼저 읽어 주고, 그다음에 상대 마음으로 시선을 옮기는 순서가 중요해요.
| 상황 | 이렇게 말하기 | 피하면 좋은 말 |
|---|---|---|
| 친구가 우는데 모른 척할 때 | “친구 얼굴 좀 봐. 눈물이 나네. 어떤 기분일까?” | “넌 친구가 우는데 그게 재밌어?” |
| 장난감을 안 빌려줄 때 | “지금은 네가 쓰고 싶구나. 다 쓰면 친구 줄까, 타이머 맞출까?” | “나눠 쓰지 않는 애는 나쁜 애야.” |
| 친구를 밀쳐 울렸을 때 | “네가 밀어서 친구가 넘어졌어. 무릎이 아프대. 뭘 해 주면 좋을까?” | “당장 미안하다고 해!” (억지 사과만 시키기) |
| 엄마가 아프다고 했는데 요구만 할 때 | “엄마가 지금 머리가 아파. 조용히 기다려 주면 엄마가 금방 나아질 것 같아.” | “넌 엄마가 죽어도 모르겠다.” |
| 상처 주는 말을 하고 장난이라고 할 때 | “너한텐 장난이었어도 친구는 속상했대. 둘 다 진짜야.” | “그런 말 하는 애는 친구 없어.” |
| 아이가 먼저 배려했을 때 | “동생 넘어지니까 바로 일으켜 줬네. 동생이 안심한 얼굴이야.” | “착하네.” (무엇이 좋았는지 빠진 칭찬) |
나이별로 다르게
영유아(만 2~5세): 그림책 속 인물의 표정을 보며 “이 아이는 지금 어떤 기분일까?” 묻는 놀이가 좋아요. 엄마 아빠도 “아빠는 지금 조금 피곤해”처럼 자기 감정을 말로 보여 주세요. 나누기는 “차례대로”부터 시작해요. 이 시기 사회성은 만 4세 연령 가이드에도 정리했어요.
초등(만 6~12세): 친구와 다툰 일을 이야기할 때 “친구는 그때 어떤 생각이었을까?”를 함께 추측해 봐요.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다른 관점이 있다는 걸 떠올리는 연습이 중요해요. 반려식물 돌보기, 봉사 활동처럼 누군가를 챙기는 역할도 도움이 돼요.
청소년(만 13세 이상): 겉으로는 무심해 보여도 친구 관계에 누구보다 민감한 시기예요. 가르치려 하기보다 뉴스나 드라마 속 사건을 두고 “너라면 어떨 것 같아?” 하고 의견을 물어 주세요. 부모가 아이 의견을 끝까지 듣는 모습 자체가 공감의 본보기가 돼요.
하지 말아야 할 것
- 억지 사과만 시키고 끝내지 마세요. “미안해”라는 말보다 상대가 어떤 기분인지 알고 도울 방법을 찾는 게 먼저예요.
- “이기적인 애”라고 이름 붙이지 마세요. 아이는 그 이름대로 자기를 보게 돼요.
- 아이 감정을 무시하지 마세요. “그게 뭐가 속상해?”를 자주 들은 아이는 남의 속상함도 가볍게 여기게 돼요.
-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마세요. “누구는 동생도 잘 챙기던데”는 공감 대신 경쟁심만 키워요.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한 신호
다음과 같다면 소아청소년과 의사와 상의하고, 필요하면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나 아동 발달센터에서 평가를 받아 보세요.
- 만 2세가 지나도 눈 맞춤이 드물고, 이름을 불러도 잘 반응하지 않으며, 관심 있는 걸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여 주지 않아요(자폐 스펙트럼 평가가 필요할 수 있어요).
- 또래에게 관심이 거의 없고, 같은 행동이나 놀이를 지나치게 반복해요.
- 동물이나 다른 아이를 일부러 괴롭히고 그걸 즐기는 모습이 반복돼요.
- 잘못을 해도 미안해하거나 후회하는 모습이 거의 없고, 이런 모습이 여러 장소에서 오래 이어져요.
- 친구 관계 때문에 학교생활이 계속 힘들어요. 친구가 없어요와 동생을 질투하고 괴롭혀요도 함께 읽어 보세요. 청소년이라면 청소년상담 1388에서도 상담을 받을 수 있어요.
참고한 자료
- Zahn-Waxler, C., Radke-Yarrow, M., Wagner, E., & Chapman, M. (1992). Development of concern for others. Developmental Psychology, 28(1), 126-136.
- Wellman, H. M., Cross, D., & Watson, J. (2001). Meta-analysis of theory-of-mind development: The truth about false belief. Child Development, 72(3), 655-684.
- Gottman, J. (1997). Raising an Emotionally Intelligent Child. Simon & Schuster.
- Gottman, J. M., Katz, L. F., & Hooven, C. (1996). Parental meta-emotion philosophy and the emotional life of families: Theoretical models and preliminary data. Journal of Family Psychology, 10(3), 243-268.
- Hoffman, M. L. (2000). Empathy and Moral Development: Implications for Caring and Justice. Cambridge University Press.
- Card, N. A., Stucky, B. D., Sawalani, G. M., & Little, T. D. (2008). Direct and indirect aggression during childhood and adolescence: A meta-analytic review of gender differences, intercorrelations, and relations to maladjustment. Child Development, 79(5), 1185-1229.
- Eisenberg, N., & Lennon, R. (1983). Sex differences in empathy and related capacities. Psychological Bulletin, 94(1), 100-131.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예요. 아이의 건강이나 발달이 걱정되면 소아청소년과,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언어치료사 같은 전문가와 상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