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해결 · 행동
말을 안 들어요
2026-10-06 업데이트 · 딸 육아 노트 편집팀
이런 모습이 보이나요
- “양치하자”를 다섯 번 말해도 블록만 쌓고 있어요.
-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다가, 간식 이야기에는 바로 돌아봐요.
- “알았어”라고 해 놓고 10초 뒤에 똑같은 행동을 해요.
- 하지 말라는 걸 엄마 아빠 얼굴을 보면서 일부러 하는 것 같아요.
- 결국 소리를 질러야 움직이고, 그러고 나면 부모도 아이도 기분이 상해요.
이런 날이 반복되면 “우리 아이가 나를 무시하나”, “내가 너무 만만한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대부분은 아이가 일부러 무시하는 것이 아니에요. 들은 말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 필요한 뇌의 힘이 아직 자라는 중이고, 동시에 “내가 정하고 싶다”는 마음도 함께 자라고 있기 때문이에요.
왜 그럴까요
1. 실행 기능이 아직 공사 중이에요. 하던 일을 멈추고, 지시를 기억하고, 다른 일로 넘어가는 힘을 실행 기능이라고 해요. 하버드 아동발달센터는 실행 기능을 뇌의 “항공 관제 시스템”에 비유하는데, 이 힘은 만 3~5세에 빠르게 자라고 청소년기를 지나 20대 초반까지 계속 다듬어져요. 그래서 재미있는 놀이에 빠진 아이에게 “그만하고 씻자”는 말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과제예요. 못 들은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멈추기”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2. 말이 너무 길거나 여러 개예요. “장난감 정리하고, 손 씻고, 옷 갈아입고 밥 먹으러 와”처럼 여러 단계를 한 번에 말하면 어린아이는 첫 번째나 마지막 하나만 기억해요. 작업 기억(머릿속 메모장)이 작기 때문이에요.
3. 스스로 정하고 싶은 마음(자율성)이 커졌어요. 두 돌 무렵부터 아이는 “내가!”, “싫어!”를 외치며 자기 뜻을 확인해요. 사춘기에 이 마음이 한 번 더 크게 올라와요.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것보다 스스로 고르는 경험을 원하는 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신호예요.
4. 말을 안 들을 때 더 많은 관심을 받았을 수 있어요. 앨런 캐즈딘(Kazdin, 2005)의 부모 관리 훈련 연구는 아이의 행동이 그 뒤에 따라오는 결과에 따라 늘거나 줄어든다고 설명해요. 잘할 때는 조용하고, 말을 안 들을 때 부모가 크게 반응하면 아이는 “버티면 엄마 아빠가 나를 본다”를 배워요. 관심을 끄는 행동은 사실 연결을 원하는 신호인 경우가 많아요.
5. 지치거나 배고프거나 졸려요. 같은 아이도 피곤한 저녁에는 훨씬 말을 안 들어요. 태도 문제가 아니라 몸 상태 문제일 때가 생각보다 많아요.
딸이라면
여자아이는 평균적으로 말을 일찍 알아듣고 충동을 참는 힘도 조금 앞서는 편이에요(Else-Quest 등, 2006). 그래서 말을 안 들을 때 “알면서 일부러 그런다”고 오해받기 쉬워요. 물론 활발하고 고집이 센 딸도 많아요. 개인차가 커요.
- 이유를 함께 말해 주세요. “늦으면 친구들이 기다려서 그래”처럼 관계와 연결된 이유는 딸이 받아들이기 쉬운 경우가 많아요.
- “싫어”를 말할 기회를 주세요. 말을 잘 듣는 딸 중에는 속으로 불만을 쌓아 두는 아이도 있어요. “하기 싫은 마음 말해도 돼. 그래도 양치는 해야 해.”처럼 감정과 행동을 나눠 주면, 자기 의견을 건강하게 말하는 힘이 자라요.
- 말다툼으로 길게 끌지 마세요. 말솜씨가 좋은 아이는 협상을 오래 끌기도 해요. 선택지는 두 개로 줄이고, 정해진 건 짧게 마무리해요.
이렇게 말해 보세요
아델 페이버와 일레인 마즐리시(Faber & Mazlish, 1980)는 길게 설교하는 대신 상황을 설명하거나, 한 단어로 말하거나, 선택지를 주라고 권해요. 오은영 박사도 방송에서 훈육은 단호하게 하되 감정을 실어 화내지 말고, 아이 마음을 먼저 읽은 뒤 행동의 한계를 정하라고 거듭 강조해 왔어요.
| 상황 | 이렇게 말하기 | 피하면 좋은 말 |
|---|---|---|
| 놀이를 멈추고 씻어야 할 때 | (가까이 가서) “5분 뒤에 블록 멈출 거야. 타이머 맞출게.” | “당장 안 오면 장난감 다 버린다!” |
| 같은 말을 세 번째 할 때 | “양치.” (한 단어로, 칫솔을 건네며) |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
| 옷 입기를 거부할 때 | “파란 옷 입을래, 노란 옷 입을래?” | “엄마가 입으라면 입어.” |
| 장난감이 바닥에 널려 있을 때 | “바닥에 자동차가 있네. 밟으면 부서질 것 같아.” | “넌 왜 맨날 어지르기만 해?” |
| 하기 싫다고 울 때 | “더 놀고 싶은데 멈추려니 속상하구나. 그래도 지금은 잘 시간이야.” | “울 일도 아닌데 왜 울어?” |
| 한 번에 해냈을 때 | “한 번 말했는데 바로 왔네. 덕분에 책 한 권 더 읽을 수 있겠다.” | (아무 말 없이 지나가기) |
| 초등 이상, 숙제를 미룰 때 | “숙제를 몇 시에 시작할지 네가 정해. 정한 시간엔 내가 확인할게.” | “넌 엄마가 말 안 하면 아무것도 안 하지.” |
말을 들었을 때 구체적으로 칭찬하는 것이 가장 강력해요. 캐즈딘의 부모 관리 훈련과 쉴라 아이버그가 만든 부모-자녀 상호작용 치료(PCIT)는 모두 “잘한 행동에 즉시, 구체적으로 주목하기”를 핵심으로 삼고, 효과가 여러 연구로 확인됐어요(Eyberg 등, 2008).
나이별로 다르게
영유아(만 2~5세): 지시는 한 번에 하나, 다섯 단어 안팎으로 해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게 빨라요. “신발 신자”라고 말하며 신발을 함께 들고 가요. 전환이 어렵다면 “5분 뒤”, “이 노래 끝나면”처럼 미리 알려 주고, 그림 일과표를 붙여 두면 도움이 돼요. 관련 내용은 만 3세 연령 가이드에도 있어요.
초등(만 6~12세): 규칙을 아이와 함께 정하고 종이에 적어 두세요. 아이가 정한 규칙은 지킬 확률이 높아요. 약속을 지키면 작은 보상(스티커, 같이 하는 놀이 시간)을 주고, 안 지키면 미리 정한 결과(그날 게임 시간 줄이기 등)를 담담하게 적용해요. 화내며 새로운 벌을 즉석에서 만들지 않는 게 핵심이에요.
청소년(만 13세 이상): “시키는 일”보다 “합의한 일”이 통해요. 요구는 줄이고 꼭 필요한 몇 가지에 집중하세요. 지시 대신 “이번 주에 방 청소는 언제 할 수 있어?”처럼 시간을 아이가 정하게 해요. 사춘기 대화법은 사춘기라 말이 안 통해요에 더 자세히 정리했어요.
하지 말아야 할 것
- 때리거나 체벌하지 마세요. 거쇼프와 그로건케일러(Gershoff & Grogan-Kaylor, 2016)의 메타분석에서 엉덩이 때리기는 순응을 높이지 못했고, 오히려 공격성과 반항 행동 증가와 관련이 있었어요.
- 멀리서 반복해서 외치지 마세요. 같은 말을 열 번 하면 아이는 “아홉 번까지는 안 움직여도 된다”를 배워요.
- 지키지 못할 협박을 하지 마세요. “놀이터 다시는 안 가!” 같은 말은 결국 지키지 못해 말의 힘을 잃게 해요.
- 아이를 성격으로 규정하지 마세요. “넌 원래 말 안 듣는 애야”는 아이가 그 모습대로 행동하게 만들어요.
- 잘할 때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나쁜 행동에만 반응하면 관심을 받으려는 행동이 늘어요.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한 신호
다음과 같다면 소아청소년과 의사와 먼저 상의하고, 필요하면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나 아동 상담센터의 도움을 받아 보세요.
- 이름을 불러도 거의 반응하지 않고, 눈 맞춤이나 말 발달도 또래보다 늦어요(청력 검사와 발달 평가가 필요할 수 있어요).
- 6개월 이상 거의 모든 어른의 요구를 거부하고, 자주 화를 내며 일부러 남을 괴롭혀요.
- 집뿐 아니라 어린이집, 학교에서도 지시를 따르지 못해 생활이 어려워요. 산만함이 함께 있다면 산만하고 집중을 못 해요도 읽어 보세요.
- 부모가 너무 지쳐서 자주 폭발하게 돼요. 이때 상담을 받는 건 실패가 아니라 가장 빠른 해결책이에요. 부모 교육 프로그램(PCIT, 부모 관리 훈련 등)은 효과가 검증된 방법이에요.
- 청소년이라면 청소년상담 1388(전화, 문자, 카카오톡)에서 아이와 부모 모두 상담을 받을 수 있어요.
참고한 자료
- Faber, A., & Mazlish, E. (1980). How to Talk So Kids Will Listen & Listen So Kids Will Talk. Rawson, Wade.
- Kazdin, A. E. (2005). Parent Management Training: Treatment for Oppositional, Aggressive, and Antisocial Behavior in Children and Adolescents. Oxford University Press.
- Center on the Developing Child at Harvard University (2011). Building the Brain's "Air Traffic Control" System: How Early Experiences Shape the Development of Executive Function. Working Paper No. 11. developingchild.harvard.edu/
- Eyberg, S. M., Nelson, M. M., & Boggs, S. R. (2008). Evidence-based psychosocial treatments for children and adolescents with disruptive behavior. Journal of Clinical Child & Adolescent Psychology, 37(1), 215-237.
- Gershoff, E. T., & Grogan-Kaylor, A. (2016). Spanking and child outcomes: Old controversies and new meta-analyses. Journal of Family Psychology, 30(4), 453-469. doi.org/10.1037/fam0000191
- Else-Quest, N. M., Hyde, J. S., Goldsmith, H. H., & Van Hulle, C. A. (2006). Gender differences in temperament: A meta-analysis. Psychological Bulletin, 132(1), 33-72.
-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2020~), 오은영 박사가 방송에서 강조해 온 훈육 원칙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예요. 아이의 건강이나 발달이 걱정되면 소아청소년과,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언어치료사 같은 전문가와 상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