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해결 · 공부
말이 늦어요
2026-10-06 업데이트 · 딸 육아 노트 편집팀
이런 모습이 보이나요
- 두 돌이 지났는데 “엄마”, “물”, “까까” 같은 단어 몇 개만 말해요.
- 원하는 게 있으면 말 대신 손을 끌고 가거나 울어요.
- 말은 잘 알아듣는 것 같은데 따라 말하라고 하면 입을 다물어요.
- 놀이터에서 또래가 문장으로 말하는 걸 보면 마음이 덜컥 내려앉아요.
- “남자애들은 원래 늦어”, “때 되면 다 해”라는 말을 들어도 불안이 가시지 않아요.
말이 늦은 아이를 키우면 하루에도 몇 번씩 비교하게 돼요. 먼저 알아 둘 것은, 말이 늦다는 것 자체는 부모가 무언가를 잘못해서 생기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그리고 “기다려도 되는 늦음”과 “도움을 받으면 훨씬 좋아지는 늦음”은 몇 가지 신호로 나눠 볼 수 있어요.
왜 그럴까요
1. 말은 “알아듣기”와 “말하기”가 따로 자라요. 말을 하려면 소리를 듣고, 뜻을 이해하고, 입과 혀를 정확하게 움직이고, 그걸 하고 싶은 마음까지 있어야 해요. 이해는 또래만큼 되는데 표현만 늦는 아이가 많고, 이런 경우는 대체로 전망이 좋은 편이에요.
2. 발달 속도의 개인차가 커요. 레슬리 레스콜라(Rescorla, 1989)는 만 2세 무렵 표현 단어가 50개 미만이거나 두 단어를 이어 말하지 못하는 아이를 “말 늦은 아이(late talker)“로 보고 연구했어요. 이후 추적 연구를 보면 상당수는 학령기에 평균 범위로 따라잡지만, 일부는 언어 어려움이 이어져서 미리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정리했어요(Rescorla, 2011).
3. 말할 필요가 적었을 수 있어요. 아이가 눈짓만 해도 부모가 척척 알아서 해 주면, 아이는 굳이 말을 꺼낼 이유가 줄어요. 사랑이 많아서 생긴 일이지만, 조금 기다려 주는 연습이 도움이 돼요.
4. 듣는 말의 양보다 “주고받기”가 중요해요. 로메오 등(Romeo 등, 2018)은 아이가 듣는 단어 수보다 어른과 말을 주고받은 횟수가 언어 관련 뇌 활동과 더 관련 있다고 보고했어요.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아이가 대답할 틈을 주지 않아요.
5. 두 언어를 쓰는 집이라면 단어를 합쳐서 세요. 두 언어를 함께 듣는 아이는 언어별 단어 수가 적어 보일 수 있지만, 두 언어를 합친 단어 수는 대개 또래와 비슷해요. 두 언어를 쓰는 것 자체가 말을 늦게 만드는 원인은 아니에요. 다만 두 언어 모두에서 늦다면 평가를 받아 보세요.
6. 귀나 다른 발달 문제가 숨어 있을 수 있어요. 중이염이 자주 반복되거나 청력이 약하면 소리를 정확히 듣지 못해 말이 늦어져요. 눈 맞춤, 손가락으로 가리키기, 이름 부르면 돌아보기가 함께 약하다면 언어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어 평가가 필요해요.
딸이라면
여자아이는 평균적으로 말이 조금 빠른 편이라(Eriksson 등, 2012), 딸의 말이 늦으면 부모가 더 일찍 걱정하기도 하고, 반대로 “수줍어서 그래”라며 넘기기도 해요. 늦는 이유는 아이마다 달라서 성별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 수줍음과 말 늦음을 구분하세요. 집에서는 문장으로 잘 말하는데 밖에서만 조용하다면 말이 늦은 게 아니라 낯가림일 수 있어요. 그 반대로 집에서도 말이 적다면 언어 평가를 받아 보세요.
- 역할 놀이로 말할 자리를 만드세요. 인형에게 밥을 먹이고 “냠냠, 맛있어?”라고 묻는 식의 놀이는 대화의 순서를 자연스럽게 연습하게 해요.
이렇게 말해 보세요
말을 시키는 것보다 말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에요. 시험 보듯 “이거 뭐야? 말해 봐”를 반복하면 아이는 오히려 입을 닫아요.
| 상황 | 이렇게 말하기 | 피하면 좋은 말 |
|---|---|---|
| 아이가 손으로 우유를 가리킬 때 | “우유? 우유 줄까?” (단어를 들려주고 3~5초 기다리기) | “말로 해야 줘. 말 안 하면 안 줘.” |
| 아이가 “무”라고 말할 때 | “물! 물 마시고 싶구나.” | “무가 아니라 물이라고 다시 해 봐.” |
| 놀이 중일 때 | “공이 굴러가네. 데굴데굴.” (아이 행동을 중계하기) | “이건 뭐야? 이건? 이건 무슨 색이야?” |
| 아이가 두 단어를 말했을 때 | “아빠 차! 맞아, 아빠 차가 크다.” | “잘했어, 이제 문장으로 해 봐.” |
| 말이 안 나와 짜증 낼 때 | “말이 잘 안 나와서 답답하구나. 손으로 보여 줘도 돼.” | “형은 이 나이 때 다 말했는데.” |
| 그림책을 볼 때 | “강아지가 뭐 하고 있을까?” (손가락으로 짚고 기다리기) | (쉬지 않고 끝까지 읽어 주기만 하기) |
기다리는 시간이 중요해요. 질문하거나 단어를 들려준 뒤 마음속으로 다섯을 세며 아이 차례를 기다려 주세요.
하루 중 따로 “언어 공부 시간”을 만들 필요는 없어요. 밥 먹기, 씻기, 옷 입기처럼 매일 반복되는 일과가 가장 좋은 교실이에요. 부모가 하는 일을 소리 내어 말하고(“엄마가 물 따른다, 쪼르륵”), 아이가 하는 일을 옆에서 중계해 주세요(“양말 신었네, 한 짝 더!”). 같은 상황에서 같은 말을 여러 번 들으면 아이는 그 말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요.
나이별로 다르게
12~24개월: 옹알이, 가리키기, 손 흔들기 같은 몸짓이 말의 바탕이에요. 몸짓에 단어를 붙여 주고, 영상 대신 얼굴을 마주 보고 노래하고 놀아 주세요. 시기별 언어 발달은 19~24개월 연령 가이드에 정리했어요.
만 2~3세: 아이 말에 한 단어를 더해 돌려주는 “확장”이 가장 효과적이에요. 선택 질문(“사과 먹을래, 바나나 먹을래?”)은 말할 기회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요. 영상을 오래 보는 편이라면 영상만 보려고 해요도 함께 읽어 보세요.
만 4세 이상: 이 시기에도 문장이 짧고 발음이 많이 부정확하거나, 이야기를 순서대로 말하지 못하면 언어 평가를 받아 보세요. 초등 입학 전에 도와주면 읽기와 쓰기, 친구 관계까지 훨씬 수월해져요.
하지 말아야 할 것
- 따라 말하기를 강요하지 마세요. 말을 시험처럼 느끼면 아이는 말하기를 피하게 돼요.
- 발음을 매번 고치지 마세요. 틀린 발음은 지적하지 말고 바른 말로 한 번 들려주면 충분해요.
-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마세요. 형제나 사촌과 비교하는 말은 아이를 더 위축시켜요.
- 영상으로 말을 가르치려 하지 마세요. 어린아이는 화면보다 사람과 주고받는 대화에서 훨씬 많이 배워요.
- “좀 더 기다려 보자”만 반복하지 마세요. 아래 신호가 있다면 일찍 평가를 받는 편이 손해가 없어요.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한 신호
다음 중 하나라도 있으면 소아청소년과 의사와 먼저 상의하세요. 영유아 건강검진 때 발달선별검사(K-DST)를 받으며 이야기를 꺼내도 좋아요.
- 18개월인데 의미 있는 단어를 거의 말하지 않아요.
- 24개월인데 말하는 단어가 50개 미만이거나 두 단어를 이어 말하지 않아요.
- 쉬운 말(“신발 가져와”)도 잘 알아듣지 못해요. 이해가 늦은 경우는 더 서둘러 평가가 필요해요.
- 하던 말을 하지 않게 되는 등 말이나 사회성이 뒤로 물러났어요(나이와 상관없이 바로 상담하세요).
- 만 3세가 지났는데 가족도 아이 말을 절반 넘게 알아듣기 어렵거나, 같은 소리를 자주 막히고 반복해요.
- 이름을 불러도 잘 돌아보지 않고, 눈 맞춤이나 가리키기가 드물어요.
- 중이염이 자주 반복되거나 소리에 반응이 약해요. 이때는 청력 검사가 먼저예요.
평가 뒤 필요하면 언어재활사의 언어치료를 받게 돼요. 언어치료는 아이와 노는 방법을 부모가 함께 배우는 과정이기도 해서, 일찍 시작할수록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져요.
참고한 자료
- Rescorla, L. (1989). The Language Development Survey: A screening tool for delayed language in toddlers. Journal of Speech and Hearing Disorders, 54(4), 587-599.
- Rescorla, L. (2011). Late talkers: Do good predictors of outcome exist? Developmental Disabilities Research Reviews, 17(2), 141-150.
- Eriksson, M., et al. (2012). Differences between girls and boys in emerging language skills: Evidence from 10 language communities. British Journal of Developmental Psychology, 30(2), 326-343.
- Romeo, R. R., et al. (2018). Beyond the 30-million-word gap: Children's conversational exposure is associated with language-related brain function. Psychological Science, 29(5), 700-710.
- Faber, A., & Mazlish, E. (1980). How to Talk So Kids Will Listen & Listen So Kids Will Talk. Rawson, Wade.
- 국민건강보험공단, 영유아 건강검진 안내(발달선별검사 포함) www.nhis.or.kr/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예요. 아이의 건강이나 발달이 걱정되면 소아청소년과,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언어치료사 같은 전문가와 상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