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
언어 발달: 말이 트이는 순서와 말 걸기의 기술
2026-10-06 업데이트 · 아들 육아 노트 편집팀
아이의 말은 어느 날 갑자기 터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태어난 날부터 조금씩 쌓여 온 결과예요. 울음, 옹알이, 손가락으로 가리키기, 첫 낱말, 두 낱말 문장까지 순서가 있고, 그 순서를 알면 지금 아이에게 어떤 말 걸기가 가장 도움이 되는지 보여요. 이 글은 연령별 이정표, 집에서 바로 쓸 수 있는 말 걸기 방법, 책 읽어 주기, 그리고 걱정될 때 상담을 받을 시점을 정리했어요.
연령별 언어 발달 이정표
아래 나이는 “대부분의 아이가 이때쯤 할 수 있는 것”이에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022년에 개정한 이정표는 아이의 약 75% 이상이 해당 나이에 해내는 행동을 기준으로 삼아요(Zubler 외, 2022). 그래서 한두 달 늦다고 바로 문제는 아니지만, 여러 항목이 함께 늦으면 확인해 볼 신호예요.
| 나이 | 이해하는 말 | 표현하는 말 |
|---|---|---|
| 2개월 | 말소리에 조용해지거나 쳐다봐요 | 우는 것 말고 “아”, “우” 같은 소리를 내요 |
| 6개월 | 말을 걸면 웃거나 소리로 대답해요 | 웃음소리, 주고받는 옹알이 |
| 9개월 | 자기 이름에 돌아봐요 | “바바바”, “마마마” 같은 반복 옹알이 |
| 12개월 | “안 돼”에 잠깐 멈춰요 | 손 흔들기, “엄마”, “아빠” 같은 말 한두 개 |
| 18개월 | 간단한 지시를 따라요 | 낱말 3개 이상, 원하는 것을 가리키기 |
| 24개월 | 그림책 속 사물을 가리켜요 | “물 줘”, “아빠 가” 같은 두 낱말 이어 말하기 |
| 30개월 | 그림책 속 사물을 물으면 이름을 말해요 | 낱말 50개 안팎, “멍멍이 뛰어”처럼 동사를 넣은 말 |
| 만 3세 | 질문을 이해하고 대답해요 | 짧은 대화를 두세 번 주고받아요 |
| 만 4~5세 | 이야기를 듣고 순서를 기억해요 | 문장으로 일어난 일을 설명해요 |
말하기보다 이해하기가 먼저 자라요. 아직 말이 적어도 말귀를 잘 알아듣고, 가리키기와 몸짓으로 소통하려 한다면 좋은 신호예요. 연령별 자세한 모습은 13~18개월, 19~24개월, 만 2세 가이드에서 볼 수 있어요.
말을 많이 들려주기보다 많이 주고받기
한때는 “아이에게 들려주는 낱말 수”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어요. 그런데 2018년 MIT 연구팀은 만 4~6세 아이들의 하루 대화를 녹음하고 뇌를 촬영한 결과, 어른이 일방적으로 한 말의 양보다 아이와 어른이 말을 주고받은 횟수(대화 턴) 가 언어 능력, 그리고 말을 처리하는 뇌 영역(브로카 영역)의 활동과 더 강하게 관련된다는 것을 보여 줬어요(Romeo 외, 2018). 텔레비전이나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말이 대화를 대신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1. 아이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기
아이가 보고 있는 것, 손에 쥔 것에 대해 말해요. 부모가 새 주제를 꺼내는 것보다 아이의 관심을 따라갈 때 낱말이 더 잘 붙어요.
- 아이가 자동차를 굴리면: “자동차가 부릉부릉 가네. 빨리 가네!”
- 아이가 창밖을 가리키면: “아, 새! 새가 날아가.”
2. 확장하기: 한 단계만 더 길게
아이가 한 말을 고쳐 말하라고 시키지 말고, 맞는 말로 조금 길게 되돌려 줘요.
- 아이: “물.” 부모: “물 줘? 시원한 물 줄게.”
- 아이: “멍멍이 가.” 부모: “멍멍이가 집에 가네.”
- 아이: “어제 공원 갔어.” 부모: “어제 공원 가서 미끄럼틀 탔지. 뭐가 제일 재밌었어?”
3. 기다려서 차례 넘겨주기
질문하거나 말을 건 뒤 5초 정도 기다려요. 어른은 침묵이 어색해서 금방 스스로 답을 말해 버리는데, 그 몇 초가 아이의 차례예요. 옹알이 시기라면 아기가 소리를 낼 때 같은 소리로 대답해 주는 것만으로도 주고받기가 시작돼요.
4. “예/아니요” 대신 고르는 질문
“우유 마실래?”보다 “우유 마실래, 물 마실래?”가 말을 끌어내요. 만 3세 이후에는 “왜 그랬을까?”, “그다음엔 어떻게 됐어?”처럼 생각을 말로 풀게 하는 질문이 좋아요.
책은 읽어 주는 것보다 함께 이야기하는 것
화이트허스트 연구팀은 부모가 그림책을 그냥 읽어 주는 대신, 아이에게 질문하고 아이의 대답을 확장해 주는 대화식 읽기(dialogic reading) 를 4주 동안 했더니 아이의 표현 어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보고했어요(Whitehurst 외, 1988). 핵심은 아이가 이야기꾼이 되고 부모는 청중이자 질문하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대화식 읽기는 “질문하기, 아이 대답 들어 주기, 칭찬하고 확장하기, 다시 말해 보게 하기”의 순환이에요. 질문 종류는 이렇게 섞어 보세요.
- 빈칸 채우기: “곰이 문을 똑똑 ___?”
- 떠올리기: “아까 토끼가 어디 숨었지?”
- 열린 질문: “이 그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어?”
- 무엇·어디·왜 질문: “이건 뭐야? 왜 울고 있을까?”
- 내 경험과 잇기: “우리도 바다 가 봤지? 그때 뭐 봤어?”
한 권을 끝까지 읽지 못해도 괜찮아요. 한 장면에서 세 번 주고받았다면 그날 책 읽기는 성공이에요.
아들의 언어 발달
여러 나라 아이들을 비교한 연구를 보면 평균적으로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보다 첫 낱말과 어휘가 조금 늦은 편이에요(Eriksson 외, 2012). 하지만 그 차이는 같은 성별 안의 개인차보다 훨씬 작아서, “아들이니까 늦어도 괜찮겠지” 하고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 아래 상담 기준은 아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돼요.
- 움직이며 노는 걸 좋아한다면 공 던지기, 블록 쌓기, 자동차 놀이를 하면서 “던져!”, “높이 높이!”, “쾅!” 같은 소리와 동사를 붙여 주세요. 몸으로 하는 놀이 속 말이 잘 들어가는 아이가 많아요.
- 눈을 맞추고 짧게 말하는 게 잘 통한다면, 긴 설명보다 한두 낱말을 또렷하게 반복해 주세요.
- 공룡, 기차처럼 좋아하는 주제가 확실하다면 그 주제의 그림책으로 대화식 읽기를 시작하면 참여가 쉬워요.
말 늦은 아이: 언제 상담을 받을까
다음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소아청소년과 의사와 상의하고, 필요하면 언어치료사의 평가를 받아 보세요.
- 12개월에 옹알이를 거의 하지 않거나, 손 흔들기·가리키기 같은 몸짓이 없어요.
- 18개월에 의미 있는 낱말을 거의 말하지 않아요.
- 24개월에 쓰는 낱말이 50개보다 적거나 두 낱말을 이어 말하지 않아요. 이 기준은 말 늦은 아이를 찾는 선별 연구에서 널리 쓰여 왔어요(Rescorla, 1989).
- 만 3세에 가족 외 사람이 아이 말을 거의 알아듣지 못해요.
- 이름을 불러도 잘 돌아보지 않거나 눈 맞춤이 적어요.
- 할 줄 알던 말을 잃어버렸어요. 나이와 상관없이 바로 상담하세요.
언어 평가 전에는 청력 검사를 먼저 하는 경우가 많아요. 중이염이 반복되었던 아이라면 특히 그래요. 영유아 건강검진 때 발달 선별검사 결과도 함께 가져가면 도움이 돼요. 일찍 확인해서 “괜찮다”는 말을 듣는 것이 기다리다 놓치는 것보다 훨씬 나아요. 말 늦은 아이의 더 자세한 대처는 말이 늦어요에 정리했어요.
이렇게 해 보세요
- 하루 15분 화면 끄고 마주 보기: 텔레비전과 휴대폰을 끄고 바닥에 앉아 아이가 고른 놀이를 따라가요. 영상 시간 기준은 스마트폰과 게임을 참고하세요.
- “따라가기, 확장하기, 기다리기” 세 가지만 기억하기: 아이가 한 말에 한 낱말을 더해 돌려주고 5초 기다려요.
- 일상 중계하기: 기저귀 갈기, 목욕, 밥 먹기를 “이제 양말 신자. 하나, 둘!”처럼 짧게 말로 풀어요.
- 잠자기 전 대화식 읽기 한 권: 질문 세 개를 목표로 해요.
- 고쳐 말하라고 시키지 않기: 발음이 틀려도 “아니, 다시 해 봐” 대신 맞는 말로 자연스럽게 되돌려 줘요.
점검 목록
- 오늘 아이와 말을 주고받은 순간이 다섯 번 이상 있었나요?
- 아이가 말하기 전에 내가 먼저 답을 말해 버리지 않았나요?
-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나요?
- 이정표에서 여러 항목이 함께 늦지는 않나요?
말을 시키려고 애쓰기보다, 말하고 싶어지는 대화 상대가 되어 주는 것이 언어 발달의 가장 좋은 출발점이에요. 고집이나 떼쓰기가 말이 늦어서 생기는 답답함인 경우도 많으니 떼쓰기 글도 함께 보세요.
참고한 자료
- Romeo, R. R., Leonard, J. A., Robinson, S. T., West, M. R., Mackey, A. P., Rowe, M. L., & Gabrieli, J. D. E. (2018). Beyond the 30-million-word gap: Children's conversational exposure is associated with language-related brain function. Psychological Science, 29(5), 700-710. doi.org/10.1177/0956797617742725
- Whitehurst, G. J., Falco, F. L., Lonigan, C. J., Fischel, J. E., DeBaryshe, B. D., Valdez-Menchaca, M. C., & Caulfield, M. (1988). Accelerating language development through picture book reading. Developmental Psychology, 24(4), 552-559. doi.org/10.1037/0012-1649.24.4.552
- Zubler, J. M., Wiggins, L. D., Macias, M. M., et al. (2022). Evidence-informed milestones for developmental surveillance tools. Pediatrics, 149(3), e2021052138.
- Rescorla, L. (1989). The Language Development Survey: A screening tool for delayed language in toddlers. Journal of Speech and Hearing Disorders, 54(4), 587-599.
- Eriksson, M., Marschik, P. B., Tulviste, T., et al. (2012). Differences between girls and boys in emerging language skills: Evidence from 10 European languages. British Journal of Developmental Psychology, 30(2), 326-343.
- American Speech-Language-Hearing Association. How does your child hear and talk? www.asha.org/public/speech/development/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예요. 아이의 건강이나 발달이 걱정되면 소아청소년과,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언어치료사 같은 전문가와 상의하세요.